실제 데이터 사고로 이해하는 RAID의 한계

RAID는 데이터를 보호하는 기술로 자주 설명된다.
특히 시놀로지 NAS를 처음 설정할 때 RAID를 구성하면,
디스크 하나가 고장 나도 데이터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일정한 안정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 사고를 겪은 사용자들의 사례를 보면,
문제는 디스크 고장보다 다른 원인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삭제, 덮어쓰기, 랜섬웨어, 잘못된 동기화처럼
RAID가 전혀 개입하지 못하는 사고들이다.
이 글은 RAID가 왜 이런 사고를 막지 못하는지,
그리고 RAID가 어디까지를 책임지고 어디부터는 책임지지 않는지를
기술 설명이 아니라 사고의 구조로 정리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RAID는 만능 보호 장치가 아니다.
RAID는 디스크 고장이라는 특정 조건을 전제로 설계된 기술이다.
이후 글에서는
RAID 환경에서도 데이터가 사라지는 실제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고,
왜 백업이 RAID와 다른 개념인지,
그리고 RAID 위에 어떤 보호 구조가 더 필요해지는지를 이어서 다룰 예정이다.
1. 시놀로지 RAID를 백업으로 착각하는 이유
시놀로지 NAS를 처음 설정할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개념이 RAID다.
디스크를 여러 개 묶고, 장애 유형을 선택하며,
“하드디스크 하나가 고장 나도 데이터는 유지된다”는 설명을 듣는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용자는 자연스럽게
시놀로지 RAID = 데이터 보호 = 백업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이 착각은 사용자의 이해 부족이라기보다,
RAID가 제공하는 결과의 모습 때문이다.
디스크 하나가 물리적으로 고장 나도
파일은 그대로 보이고, NAS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문제는 이 안정성이
“디스크 고장”이라는 매우 제한된 상황에서만 유효하다는 점이다.
RAID는 데이터를 감시하거나 판단하지 않는다.
삭제된 파일이 실수인지, 악성코드인지, 의도된 작업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들어온 명령을 그대로 모든 디스크에 반영할 뿐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데이터가 아직 있다”는 상태만 보이기 때문에
RAID가 모든 위험을 막아주고 있다고 오해하기 쉽다.
결국 이 착각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뒤에는,
RAID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이 지점에서 RAID와 백업의 차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NAS는 안전한 저장소가 아니라
위험이 늦게 드러나는 저장소가 된다.
2. 시놀로지 RAID의 역할은 무엇인가
시놀로지 RAID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먼저 RAID가 무엇을 전제로 만들어진 기술인지를 분리해서 봐야 한다.
2-1. 시놀로지 RAID가 설계된 목적
시놀로지 RAID(SHR 포함)는 처음부터 백업을 목표로 설계된 기술이 아니다.
RAID의 핵심 목적은 가용성(Availability) 이다.
즉,
하드디스크는 언젠가 고장 난다는 전제 아래
그 고장이 곧바로 시스템 중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구조다.
시놀로지 RAID가 보호하는 대상은 매우 명확하다.
-
하드디스크의 물리적 고장
-
일부 디스크 장애 상황에서도 NAS를 계속 동작시키는 것
이 범위 안에서는 RAID는 매우 효과적이다.
디스크 하나가 고장 나도 서비스는 멈추지 않고,
교체 후 데이터를 다시 재구성할 수 있다.
이 지점까지가 RAID의 역할이다.
2-2. 시놀로지 RAID가 책임지지 않는 영역
시놀로지 RAID는 데이터를 판단하지 않는다.
파일이 왜 삭제됐는지,
그 변경이 실수인지, 공격인지, 의도된 작업인지를 구분하지 않는다.
RAID가 보는 조건은 하나뿐이다.
“디스크가 물리적으로 정상인가”
이 조건이 충족되는 한,
삭제, 덮어쓰기, 암호화, 잘못된 동기화는
모두 정상적인 데이터 변경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RAID는
데이터 사고를 막아주는 장치가 아니라,
데이터 사고가 발생해도 서버를 계속 켜 두는 장치에 가깝다.
이 역할 범위를 이해하지 못하면,
RAID는 모든 위험을 막아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제한된 조건에서만 작동하는 구조라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3. 백업의 역할은 RAID와 어떻게 다른가
RAID와 백업은 모두 “데이터를 보호한다”는 말로 설명되지만,
실제로는 서로 다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구조다.
차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질문을 바꿔야 한다.
RAID는 어떤 상황을 전제로 설계되었고,
백업은 어떤 상황을 전제로 설계되었는가이다.
3-1. 백업은 ‘고장’이 아니라 ‘사고’를 전제로 한다
RAID는 디스크 고장을 전제로 한다.
반면 백업은 사고를 전제로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고는 다음과 같다.
-
사용자의 삭제·덮어쓰기 실수
-
악성코드나 랜섬웨어 감염
-
파일 손상
-
잘못된 동기화나 자동화 오류
이러한 상황의 공통점은,
시스템과 디스크가 모두 정상이라는 점이다.
RAID 관점에서는 개입할 이유가 없는 상태다.
백업은 바로 이 지점을 보완한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이전 상태의 데이터를 별도로 보관해 두는 구조다.
3-2. 백업이 성립하기 위한 핵심 조건
백업은 단순히 데이터를 한 번 더 복사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형식만 백업일 뿐 실제로는 복구 수단이 되지 않는다.
첫째, 원본과 분리된 위치
-
같은 NAS, 같은 볼륨, 같은 RAID에만 존재하면
사고 시 함께 영향을 받는다.
둘째, 시간 차이를 가진 복사본
-
현재 상태만 유지하면
잘못된 변경도 그대로 복사된다.
셋째, 되돌릴 수 있는 구조
-
특정 시점으로 복구할 수 있어야
실수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백업은 RAID와 전혀 다른 역할을 하게 된다.
RAID가 “지금 상태를 유지”하는 기술이라면,
백업은 “과거 상태를 보존”하는 기술이다.
4. 시놀로지 RAID에서 데이터가 사라지는 실제 사례
시놀로지 RAID 환경에서 데이터가 사라졌다는 말은,
대부분 RAID가 고장 났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RAID는 정상이고, 디스크도 정상이다.
문제는 RAID가 책임지지 않는 영역에서 발생한다.
4-1. 사용자 실수로 인한 데이터 삭제
가장 흔한 사례다.
폴더를 정리하다가
중요한 디렉터리를 실수로 삭제하거나,
파일을 덮어쓰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때 시놀로지 RAID는
삭제 명령을 정상적인 사용자 작업으로 인식한다.
그 결과는 즉시 모든 디스크에 동일하게 반영된다.
RAID 관점에서는
아무런 이상도 발생하지 않았다.
-
디스크 정상
-
RAID 상태 정상
-
데이터만 없음
이 순간부터 RAID는
되돌릴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지 않는다.
4-2. 랜섬웨어 감염으로 인한 데이터 암호화
두 번째 사례는 랜섬웨어다.
PC가 랜섬웨어에 감염된 상태에서
SMB로 연결된 시놀로지 NAS에 접근하면,
NAS 내부의 파일도 함께 암호화된다.
이때 시놀로지 RAID는
암호화된 파일을 손상된 데이터로 인식하지 않는다.
단지 “변경된 파일”로 처리할 뿐이다.
결과적으로
암호화된 상태가 모든 디스크에 그대로 유지된다.
-
RAID 정상
-
디스크 정상
-
복구 가능한 원본 없음
RAID는 악성 행위를 구분하지 않는다.
명령이 정상적으로 전달되었는지만 본다.
4-3. 파일 동기화 오류로 인한 전체 삭제
마지막 사례는 자동화에서 발생한다.
Synology Drive나 Cloud Sync를 사용하다 보면,
설정 오류나 예기치 않은 동작으로 인해
로컬 삭제가 NAS 전체 삭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동기화 시스템은
“최종 상태”를 기준으로 동작한다.
삭제 역시 정상적인 결과로 판단된다.
시놀로지 RAID는 이 결과를 그대로 유지한다.
-
로컬 없음
-
NAS 없음
-
RAID 정상
이 상황에서도
RAID는 정확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문제는 보호 대상이 RAID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5. 시놀로지 RAID가 있어도 백업이 필요한 이유
앞서 살펴본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사실은 하나다.
시놀로지 RAID는 고장 나지 않았다.
오히려 정상적으로 동작했다.
문제는 데이터 사고의 대부분이
RAID가 대응하도록 설계된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RAID는 디스크 고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실제 데이터 손실의 원인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
사용자 실수
-
악성코드와 랜섬웨어
-
자동 동기화 오류
-
파일 손상 및 논리적 문제
이러한 상황에서는
디스크와 RAID 모두 정상 상태다.
RAID 입장에서는 개입할 근거 자체가 없다.
그래서 RAID만 있는 환경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순간,
되돌아갈 지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백업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존재한다.
백업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지 않는다.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 상태를 보존한다.
즉, RAID가
“시스템을 멈추지 않게 하는 장치”
라면, 백업은
“잘못된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는 장치”
다.
시놀로지 RAID가 있어도 백업이 필요한 이유는 단순하다.
RAID와 백업은 같은 문제를 풀지 않기 때문이다.
RAID가 있다는 사실은
백업이 불필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백업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 전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NAS는 안전한 저장소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저장소가 된다.
6. 시놀로지 RAID 사용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백업 개념
시놀로지 RAID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하나의 전제를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데이터를 단일 디스크가 아닌 구조로 관리하겠다는 선택이다.
이 선택이 의미를 가지려면,
RAID 위에 최소한의 백업 개념이 반드시 필요하다.
6-1. 시점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RAID는 항상 현재 상태만 유지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상태를 그대로 보존한다.
따라서 RAID 사용자에게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언제로 돌아갈 것인가”라는 기준이다.
이 기준이 없으면
복구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6-2. 원본과 분리된 사본이 필요하다
같은 NAS, 같은 볼륨, 같은 RAID 안에 있는 데이터는
사고가 발생하면 함께 영향을 받는다.
최소한의 백업은
원본 데이터와 물리적 또는 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 RAID와 NAS 자체의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6-3. 자동화보다 먼저 복구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백업은 만들어지는 것보다
되돌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자동으로 잘 백업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 복구가 불가능하다면
그 백업은 사고 시 아무 의미가 없다.
RAID 사용자에게 필요한 최소 조건은 단순하다.
-
과거 시점이 남아 있는가
-
원본과 분리되어 있는가
-
실제로 되돌릴 수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충족될 때,
비로소 RAID는 “기반 구조”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7. 정리: 시놀로지 RAID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시놀로지 RAID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RAID가 데이터를 지켜주는 최종 장치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RAID는 그 역할을 한 번도 그렇게 정의한 적이 없다.
시놀로지 RAID는
하드디스크 고장을 전제로 설계된 구조다.
디스크 하나가 실패하더라도
시스템을 멈추지 않고 계속 동작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이 범위를 벗어나는 문제,
예를 들어 사용자 실수, 랜섬웨어, 동기화 오류와 같은 사고는
RAID의 책임 영역이 아니다.
RAID는 그런 상황을 판단하지도, 되돌리지도 않는다.
따라서 시놀로지 RAID를 이해하는 출발점은 명확하다.
-
RAID는 백업이 아니다
-
RAID는 데이터 보호의 전부가 아니다
-
RAID는 백업을 대체하지 않는다
RAID는 기초 구조다.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 조건일 뿐이다.
시놀로지 RAID 위에
스냅샷, 외부 백업, 오프사이트 백업 같은 구조가 더해질 때,
비로소 데이터 관리 체계가 완성된다.
RAID를 믿고 데이터를 맡기는 것이 아니라,
RAID를 전제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를 설계해야 한다.
이 관점이 정리되면,
시놀로지 RAID는 과대평가된 보호 장치가 아니라
정확한 역할을 가진 도구로 보이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