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내 돈”의 소유권은 어디까지인가

금융에서 가장 자주 쓰이지만, 가장 불분명한 표현 중 하나가 “내 돈”이다.
계좌에 숫자가 찍혀 있고, 언제든 확인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인출하거나 매도할 수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느낀다.
그러나 금융에서 “내 돈”이라는 감각은
법적 관계와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표현은
소유권, 통제권, 위험 부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이 장에서는
금융상품을 보유할 때
무엇을 실제로 소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소유가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분리해 본다.
이 구분은 이후 ETF 구조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소유권과 계좌의 숫자는 같은 것이 아니다

계좌에 표시된 숫자는
내가 보유한 자산의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그 숫자가 곧바로
법적 소유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에서는
숫자와 권리가 분리되어 있다.
- 숫자는 현재의 평가 상태를 보여주고,
- 권리는 계약과 구조에 의해 정해진다.
이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숫자를 기준으로 권리를 판단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계좌에 있었는데 왜 문제가 되느냐”는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다.
예금의 소유권은 어디에 있는가

예금의 경우,
계좌에 표시된 금액은
내가 은행에 대해 가지는 청구권을 의미한다.
돈의 소유권은
이미 은행으로 넘어가 있다.
나는 그 돈을 다시 돌려받을 권리를 가질 뿐이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점은
예금자가 자산의 운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은행이 돈을 어떻게 쓰는지는
예금자의 소유 범위 밖에 있다.
따라서 예금에서 “내 돈”이라는 표현은
소유라기보다
권리의 감각에 가깝다.
펀드에서의 소유권은 왜 애매한가

펀드에서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해진다.
투자자는
펀드의 지분을 보유한다.
자산은 운용사와 분리되어 관리되고,
법적으로도 투자자에게 귀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는 자산을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 어떤 종목을 편입할지,
- 언제 사고팔지,
- 어떻게 비중을 조정할지는
모두 운용사의 판단이다.
즉, 펀드에서의 소유권은
결과에 대한 권리이지,
과정에 대한 권한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내 돈인데 왜 이렇게 운용하느냐”는 불만이 발생한다.
그러나 구조상,
그 질문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증권의 소유권은 가장 직접적이다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증권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소유권이 가장 명확해 보인다.
주식을 사면
기업의 일부를 소유하고,
채권을 사면
발행자에 대한 채권을 직접 가진다.
여기서는
소유권과 위험 부담이 거의 일치한다.
- 가격이 오르면 이익은 내 몫이고,
- 가격이 내리면 손실도 내 몫이다.
중개자는
이 관계에 개입하지 않는다.
거래를 연결해 줄 뿐,
결과를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증권에서는
“내 돈”이라는 표현이
가장 직관적으로 작동한다.
그만큼 책임도 명확하다.
소유권, 통제권, 위험은 항상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

금융에서 중요한 사실 하나는,
세 가지가 항상 분리된다는 점이다.
- 소유권: 법적으로 누구의 자산인가
- 통제권: 의사결정을 누가 하는가
- 위험 부담: 결과를 누가 떠안는가
예금에서는
통제권과 위험 부담이 은행 쪽에 일부 이동한다.
펀드에서는
통제권만 운용사로 이동한다.
증권에서는
세 가지가 거의 모두 투자자에게 남는다.
이 분리를 이해하지 못하면,
금융상품은 늘 불공정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공정성보다
구조를 어떻게 이해했는가에 있다.
“내 돈”이라는 표현이 만드는 착시

“내 돈”이라는 표현은
금융상품을 단순하게 만들어 준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판단을 흐리게 한다.
- 예금에서는
마치 돈이 그대로 보관된 것처럼 느끼게 만들고, - 펀드에서는
마치 운용 결과에 직접 개입할 수 있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며, - 증권에서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든다.
이 착시는
상품 설명보다
언어에서 먼저 만들어진다.
이 장에서 반드시 고정해야 할 기준
이 장에서 가져가야 할 기준은 다음과 같다.
- 금융에서 “내 돈”은 항상 권리의 묶음이다.
- 소유권, 통제권, 위험 부담은 분리되어 움직인다.
- 계좌의 숫자는 권리를 대신하지 않는다.
이 기준이 서면,
ETF를 볼 때 질문이 달라진다.
“내 돈이 맞는가?”가 아니라,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가 된다.
다음 장에서는,
이 권리 구조 위에서
금융회사가 실제로 무엇을 대신해주고, 무엇을 대신해주지 않는지를 살펴본다.
다음 장 예고
4장. 금융회사는 무엇을 대신해주는가

